대구웨딩박람회 알찬 준비 가이드

결혼이라는 게 남 일 같더니, 날짜가 잡히고 나니까 심장이 자꾸 뛰었다.
아침 8시, 눈을 비비며 기차 타러 가는 길. 여느 때처럼 정신이 반쯤 몽롱해서, 커피 들고 뛰다가 컵 뚜껑을 떨어뜨렸다. …아, 바닥에 번지는 라떼. 시작부터 이래도 되나? 중얼거리며 닦고 또 닦고. 그래도 마음은 묘하게 들떠 있었다. “그래, 오늘은 대구야. 박람회야. 신부티 좀 내 보자!” 사실 박람회란 말 자체가 조금 거창해서 겁먹었는데, 막상 대구웨딩박람회 라고 검색창에 치고 나니 지도에 반짝이는 별이 뜨더라. 그 별 하나 붙잡으러 간 거다.

내가 느낀 장점·활용법·꿀팁 (이건 꼭 말하고 싶었다!)

1. 현장 할인, 진짜 있더라

그냥 말만 듣던 10%·20% 할인이 실제로 진행 중이었다.
계약서 펼쳐 놓고 가격표를 비교해 보는데, 순간 ‘오? 이거 빠른 결정이 대답이구나!’ 싶었다.
다만, 나는 숫자에 약해서 계산기 두드리다 갑자기 머리 하얘짐… 그래서 하나만 결정하고 나머진 차분히 뒤로 미뤘다. 욕심내면 당한다는 거, 직접 깨달음.

2. 드레스 피팅권 미리 챙기기

입구에서 나눠 주는 쿠폰 꾸러미가 있었다.
정신없어서 그냥 가방에 우겨 넣었다가, 나중에 버스 안에서야 확인.
“헉… 무료 피팅권 두 장.”
순간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했냐며 혼자 호들갑. 여러분, 쿠폰은 꺼내서 바로 폴더에 꽂자. 귀찮아도.

3. 예비 신랑 방치 금지 꿀팁 😊

내 예랑이는 게임 좋아하는데, 드레스 상담 중에 눈이 풀리더라.
그래서 옆 부스에 있던 스냅 촬영 체험존으로 살짝 떠밀어 보냈다.
오호라, 카메라 들고 포즈 잡으며 갑자기 활짝.
“이거 재밌네!” 하는 소리를 듣고 나니, 내 어깨 힘이 쑥 빠졌다.
동반인을 살릴 작은 체험존, 눈여겨보면 관계 평화가 유지된다.

4. 메모 앱보단 종이 노트

나는 폰에만 적다 보면 배터리가 훅훅 닳는 걸 또 깜박한다.
결국 오후 3시쯤, 20% 경고음이 울려서 충전기 찾느라 부스 두 개를 놓쳤다.
종이 노트로 갈아타고 나서야 정신 차림.
삐뚤빼뚤하지만 손글씨 메모가 더 빨리 눈에 들어오더라.

내가 느낀 단점 (그래도 솔직히는 말해야지)

1. 정보 홍수, 멘붕 직전

좋은 것도 너무 많으면 머리가 아프다.
드레스·스냅·예물 부스가 한 샷에 들어오는데, 발걸음을 어디 먼저 두어야 할지 몰라 빙글빙글.
중간에 빈 의자를 만나서야 겨우 진정. …다음엔 우선순위 표 미리 만들고 가야겠다.

2. 사은품 욕심 부리다 짐폭탄

핸드크림, 쿠키 세트, 에코백… 나도 모르게 양손이 무거워졌다.
‘어? 이것도 공짜네!’ 하는 그 순간들은 짜릿했지만,
귀가길 택시 잡을 때 가방 네 개를 싸안고 서 있는 내 꼴이 좀 우스웠다.
결국 쿠키는 집에 오자마자 부스러기.

3. 예산 초과 유혹

부스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그리고 “오늘 계약 시…”라는 달콤한 멘트.
솔직히 두어 번은 마음이 스멀스멀 넘어갈 뻔했다.
그때마다 카드 대신 손등을 탁! 치며 ‘집에 가서 다시 생각’ 외쳤다.
여러분, 계약서엔 별 달아 두고, 하루만 더 숙성하세요.

FAQ: 박람회 초보가 제일 많이 물을 법한 TMI

Q. 주차, 진짜 괜찮았나요?

A. 음… 토요일 오후 1시쯤 갔더니 2층은 만차.
10분 이상 빙글빙글 돌다가 지하 3층 구석 자리 발견.
가능하면 오전 방문 추천! 아니면 대중교통+공공자전거 조합도 재밌더라.

Q. 무료 입장이랬는데, 숨은 비용 있나요?

A. 입장 자체는 무료. 그런데 웰컴 드링크라고 카페 부스에서 판매하는 라떼 한 잔 4,500원…
난 커피 중독이라 결국 두 잔 마셨다. 내돈내산이지만, 목 축일 곳이 적어서 어쩔 수 없었다.

Q. 사전 예약 꼭 해야 해요?

A. 나는 즉흥적으로 갔다가 기다림이 길어서 살짝 후회.
사전 예약 줄이 훨씬 빨리 빠졌다. 특정 부스 상담 원한다면 예약 필수라고 느꼈다.

Q. 부모님 모시고 가도 괜찮나요?

A. 내 경우, 엄마랑 갔는데 샘플 케이크 앞에서 ‘맛 좀 봐야지’ 하시며 세 조각 클리어!
부모님도 즐길 요소가 꽤 있었다. 다만 드레스 존은 살짝 좁아서 이동 불편. 휠체어는 사전 문의 필요.

Q. 하루면 충분해요?

A. 욕심 안 내면 충분. 하지만 나는 ‘어차피 온 김에’ 모드 발동해서 저녁 7시까지 버티다 지침.
체력에 자신 없다면 이틀 패스 끊어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방법.

결국, 집에 돌아와 발목에 파스 붙이고, 수첩 펼쳐 체크 표시를 두근거리며 했다.
몇 번의 실수와 울컥을 거쳤지만, 나는 ‘결혼 준비’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 옮겨 놓은 기분이었다.
혹시 나처럼 어설픈 예비 신부·신랑이 있다면, 주저 말고 대구행 기차표 한 장 끊어 보시라.
정보도 사람도 많아 좀 어지러울 수 있어도, 결국 그 모든 순간이 ‘우리 결혼’의 재료가 되어 준다.
다음엔 드레스 실측하러 가면서 또 소소한 일기를 남겨봐야지. 아직도 손끝이 간질간질, 설렌다…!